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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비판적 사고와 탐구 역량을 기르는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의 국내 공교육 접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서·논술형 평가의 핵심 파트너로 도입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이는 대규모 학급 환경에서 교사가 겪는 채점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정교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한국형 IB’ 모델의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서교연)은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의 교육 전문 연구기관이다. 서교연은 서울 교육 정책의 수립을 위한 기초 연구와 현장 중심의 교수학습 모델 개발, 진로·진학 정보 제공 등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듀테크와 AI를 공교육에 안정적으로 이식하기 위한 다각적인 현장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 대규모 학급의 한계, AI와의 ‘협력 루브릭’으로 넘는다 = 지난달 28일 서교연이 발표한 ‘IB 교육과정 연계 AI 활용 서논술형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공교육 환경에서 IB식 서·논술형 평가를 전면 도입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평가의 지속 가능성’ 문제다. 수십 명의 학생이 작성한 심층적인 에세이를 교사 혼자 채점하고 개별 피드백을 주기에는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와 교사가 협력하는 ‘7개 차원의 루브릭(학습자의 학습 결과물이나 성취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개발했다. 이 루브릭은 탐구 질문의 명료성, 논거의 타당성, 비판적 성찰 등 IB의 평가 철학을 수치화된 지표로 전환한 것이다. AI는 이 기준에 따라 1차적인 분석과 피드백을 제공하고, 교사는 이를 검토·보완함으로써 평가의 신뢰도를 유지하면서도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 한국사·통합과학 사례로 입증된 ‘인지적 촉매제’로서의 AI = 이번 연구는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학교 현장의 교과 사례에 적용해 그 효용성을 검증했다. 한국사 수업에서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통합과학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한 탐구 과정을 AI가 분석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AI는 단순한 채점기를 넘어 학생의 사고를 확장하는 ‘인지적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AI가 제시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바탕으로 자신의 논리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정교화하는 경험을 가졌다.
보고서는 “AI는 교사의 보조자를 넘어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탐구 과정을 심화하도록 돕는 유능한 튜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다양한 교과에서 학생 맞춤형 성장을 지원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AI 리터러시’가 전제된 공교육 혁신…주도성 유지가 관건 = 다만, 연구진은 AI 도입의 전제 조건으로 ‘AI 리터러시’ 교육을 강력히 강조했다. AI가 생성한 내용을 단순히 복사해 제출하거나, 사고의 과정을 AI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교육 본연의 목적인 ‘비판적 사고력 함양’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AI를 활용한 서·논술형 평가 과정에서 학생이 주도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AI 활용 흔적을 명시하고, AI와 나눈 대화 로그(Log)를 평가의 근거로 인정하는 등 ‘과정 중심 평가’의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표절 및 복사 방지 시스템 구축과 함께, AI가 제안한 의견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리터러시 능력이 필수적인 교양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한국형 IB의 성공은 평가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어떻게 동시에 잡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번 서교연의 제안처럼 AI와 교사가 협업하는 평가 모델은 교사의 전문성을 보호하면서도 공교육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